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은 1929-1930년 사이에 작곡된 단악장의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1차 세계 대전 중 오른팔을 잃은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Paul Wittgenstein)의 위촉으로 만들어졌죠.
이 곡은 매우 기교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으로, 왼손 하나만으로도 풍부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관현악과의 밀도 있는 대화, 화려한 카덴짜, 생동감 넘치는 리듬 등이 돋보이는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전통적인 협주곡 형식을 따르면서도 화성, 리듬, 오케스트레이션 등에서 현대적 시도가 엿보이죠.
1막에서는 느리고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해 점차 고조되는데, 관현악과 피아노가 치밀하게 엮이며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2막에서는 빠른 템포의 스케르초 풍으로 바뀌고, 마지막 3막에서는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전체적으로 비장미와 서정성, 그리고 화려한 기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초연은 1932년 빈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연주로 이뤄졌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독점 연주권을 주장하며 악보 출판을 반대했으나, 결국 1937년 출판되었죠. 지금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습니다. 한 손으로도 울려퍼지는 웅장한 사운드, 그 안에 담긴 비장한 감동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